(Bahasa Isyarat Malaysia dan Bahasa Melayu: Serupa tapi Tak Sama)
1. 들어가며
말레이시아라는 한 국가 안에, 같은 국민이 사용하는 언어가 두 개 존재한다. 하나는 말레이어(Bahasa Melayu), 그리고 또 하나는 **말레이시아 수어(Bahasa Isyarat Malaysia, BIM)**다. 둘 다 ‘말레이시아의 언어’라고 불리지만, 실제로 이 두 언어는 어휘와 문법은 물론 사고방식과 세계 인식 방식까지도 서로 다르다.
이 글에서는 말레이어와 BIM이 어떻게 다르며, 또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언어학적,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다뤄본다.
2. 언어의 정의: 말하는가, 아니면 ‘보는가’
말레이어는 음성언어다. 즉, 청각과 발음을 기반으로 소통한다. 이에 비해 BIM은 시각-공간 언어로, 청각 없이 눈으로 보고 손과 몸으로 표현한다. 이 둘의 차이는 단순한 표현 방식이 아니라 인지 구조의 차이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말레이어는 어순이 SVO(주어-동사-목적어)인 반면, BIM은 문맥과 강조 대상에 따라 어순이 유동적이다. 때로는 목적어가 먼저 오기도 하며, 문장 구성에서 공간적 위치와 손의 방향이 문법 기능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3. 어휘의 차이: 같은 의미, 다른 방식
말레이어에서 "나는 너를 사랑해"는 **"Saya sayang kamu"**라고 말한다.
BIM에서는 이 말을 한 손으로 '나'를 가리키고, 다른 손으로 '사랑'이라는 수어 동작을 하며, 상대방을 향해 손을 뻗는다. 이 과정에서 ‘문장’이라는 개념이 손동작과 방향성, 시선, 표정으로 구현된다.
또한 BIM에는 말레이어에서 흔히 쓰는 ‘조사’나 ‘어미’가 없다. ‘~입니다’, ‘~하고’, ‘~의’ 같은 표현은 손의 위치나 시선, 그리고 문맥으로 대체된다. BIM에서는 단어 하나가 문장 전체의 기능을 하기도 하고, 감정을 담은 얼굴 표정이 말의 뉘앙스를 결정짓기도 한다.
4. 언어 간의 영향: 차용과 통합의 역사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다. 때문에 BIM 역시 말레이어의 영향을 받은 부분이 존재한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가 많다:
- 지명, 고유명사, 외래어는 말레이어 철자를 손가락 철자법으로 표현
- 말레이어에서 파생된 일상 생활 용어 일부는 수어와 함께 혼용 사용
- BIM 통역사들은 상황에 따라 말레이어와 수어를 **코드 스위칭(code-switching)**하며 소통
하지만 이는 BIM이 말레이어의 "보조언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BIM은 독립적인 언어이며, 단지 문화적 접점이 많은 언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5. 서로 다른 문법 체계 – 구조, 시제, 강조, 문장 구성의 완전한 차이
말레이어(Bahasa Melayu)와 말레이시아 수어(BIM)는 겉으로 보기엔 비슷한 단어가 쓰이기도 하고, 동일한 내용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문법 체계는 전혀 다르다. 이 차이는 단지 문장을 구성하는 방식뿐 아니라, 정보를 조직하고 표현하는 방식 자체의 차이를 만든다. 아래에서는 말레이어와 BIM의 문법 차이를 구조적으로 분석해보자.
📌 (1) 어순(Syntax): 고정 vs 유동
- 말레이어는 SVO 구조를 기본으로 한다.
예: Saya makan nasi. (나는 밥을 먹는다) - BIM은 어순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정보의 중요도나 맥락에 따라 순서가 달라질 수 있다.
예: "나, 밥, 먹다" → "밥, 나, 먹다"도 가능 (문맥이 명확하다면 모두 허용)
👉 BIM에서는 핵심 메시지를 가장 먼저 전달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비언어 요소(표정, 시선)**가 의미를 보완한다.
📌 (2) 시제(Tense): 단어로 vs 맥락과 표정으로
- 말레이어는 시제를 ‘시간 부사’ 또는 조동사로 표현한다.
예:- Saya sudah makan. → 나는 이미 먹었다.
- Saya akan makan. → 나는 먹을 것이다.
- BIM은 주로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와 ‘문맥’으로 시제를 표현한다.
예:- "어제, 나, 밥, 먹다" → SEMALAM SAYA MAKAN NASI
- "곧, 나, 일하다" → SEKEJAP LAGI SAYA KERJA
또한 BIM에서는 표정과 동작의 속도, 방향을 통해 시제 뉘앙스를 더욱 구체화할 수 있다. 예컨대 느리게 반복하는 동작은 과거의 습관, 빠르게 단발적인 동작은 현재나 미래의 행동을 나타낸다.
📌 (3) 부정 표현(Negation): 단어 vs 비언어적 조합
- 말레이어에서는 ‘tidak’(아니다), ‘bukan’(아닌), ‘jangan’(하지 마라) 등 다양한 부정사를 사용한다.
- BIM에서는 보통 “아니다”에 해당하는 수어와 함께 고개 흔들기, 표정 변화, 강조 동작으로 부정을 표현한다.
예:
- Saya tidak tahu → “나, 모르다 + 고개 좌우로 흔들기 + 혼란스러운 표정”
- Jangan buat! → “그거, 하지마 + 손바닥 밀기 동작 + 진지한 표정”
👉 단어 하나만으로는 완전한 의미가 전달되지 않고, 비언어 요소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문장이 완성된다.
📌 (4) 강조와 초점(Emphasis): 억양 vs 공간·동작 조절
- 말레이어는 억양(intonation)이나 반복어를 통해 강조를 표현한다.
예: Cepat, cepat! (빨리빨리!), Sangat sedih (매우 슬프다) - BIM에서는 동작의 크기, 반복 횟수, 표정의 강도, 위치 이동 등을 통해 강조를 구현한다.
예:- ‘매우 기쁘다’ → [기쁨 수어] + 얼굴에 큰 웃음 + 손동작 크게 반복
- ‘정말 빠르다’ → [빠름 수어]를 앞으로 강하게 튀어나가는 식으로 표현
👉 BIM은 ‘공간적인 언어’이므로, 강조하고 싶은 정보는 시각적으로 더 크고 선명하게 표현된다.
📌 (5) 복문 구조(Complex Sentences): 접속사 vs 병렬 정보 배열
- 말레이어는 ‘dan’, ‘tetapi’, ‘kerana’ 등 **접속사(conjunction)**를 통해 복문을 구성한다.
예: Saya belajar kerana saya mahu lulus peperiksaan.
→ 나는 시험에 합격하고 싶어서 공부한다. - BIM은 이러한 접속사 대신, 사건을 시각적으로 병렬 배열하거나, 시간의 흐름을 따라 배치한다.
예:- “나, 공부하다. 시험, 합격 원함.” (두 개의 문장을 연결 없이 나열)
- 또는 시간 순서대로 공간에 위치시키기: 왼쪽에 ‘과거 동작’, 오른쪽에 ‘결과’
👉 BIM 사용자들은 문장을 선형적으로 배열하는 대신, 공간과 시간 축 위에 이야기를 ‘그리는’ 방식으로 사고한다.
✅ 요약 표: 말레이어 vs BIM 문법 비교
문장 구조 | 고정된 SVO 어순 | 유동적, 의미 중심 재배열 |
시제 표현 | 시간 부사, 조동사 사용 | 시간 단어 + 동작 + 문맥 |
부정 표현 | 부정 단어(Tidak 등) | 부정 동작 + 표정, 고개 |
강조 표현 | 억양, 반복 단어 | 손동작 강도/크기 + 표정 |
복문 구성 | 접속사 이용 | 시각적 배열, 공간적 구분 |
문장부호 | 말로 표현 (억양) | 비수지 요소(눈썹, 고개 등) |
문법은 단순한 ‘규칙의 집합’이 아니다. 그것은 언어 사용자들이 세상을 어떻게 보고, 이해하고, 표현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말레이어는 시간 순으로 나열되는 선형 언어, BIM은 시공간을 동시에 사용하는 입체 언어다.
이 둘은 겉보기엔 같은 나라의 언어이지만, 전혀 다른 문법 체계와 인지 구조를 가진 독립적인 언어임을 알 수 있다.
6. 언어 정책과 사회 속 인식
말레이어는 헌법상 말레이시아의 공식 언어로 지정되어 있으며, 교육, 정부, 행정 전반에서 사용된다. 반면 BIM은 오랫동안 ‘소수자 언어’로 여겨지며 사회적으로 배제되어 왔다.
그러나 2008년 정부가 BIM을 청각장애인의 공식 언어로 인정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현재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 공영 방송에서 수어 통역사 등장
- 공공기관 안내에 BIM 통역 제공
- 일부 학교에서 BIM 기반 교육 도입
- BIM 관련 연구 및 사전 출간
하지만 여전히 많은 비장애인들은 BIM을 ‘말레이어의 시각 버전’쯤으로 오해하고 있으며, 이는 청각장애인의 언어권을 침해하는 사회적 편견으로 이어진다.
7. 결론: 같은 나라, 다른 언어, 같은 존중
말레이어와 BIM은 서로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하나는 음성으로, 다른 하나는 손과 눈으로 세상을 그려낸다. 이 둘은 결코 대체 가능한 관계가 아니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실을 표현하는 동등한 언어다.
BIM은 말레이어의 ‘번역어’가 아니라, 말레이시아 청각장애인들이 스스로 만들어온 언어이며, 그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존재를 대변한다.
말레이시아 수어를 배우고 이해하는 것은 단지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보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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