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레이시아 수어

말레이시아 수어(BIM)와 청각장애인의 교육: 언어 접근성과 평등을 향한 여정

1. 서론 – 언어가 교육의 문을 연다

“교육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
이 말은 이상적인 원칙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특히 청각장애인(Deaf community)에게 교육은 더 높은 장벽으로 다가온다.
그 핵심 이유는 ‘언어 접근성 부족’이다. 대부분의 교육 시스템은 음성언어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고, 이는 수어 사용자에게 불리한 구조를 낳는다.

말레이시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BIM(말레이시아 수어)에 대한 인식과 제도가 점차 개선되면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교육환경도 변화해왔다.
이번 글에서는 BIM이 청각장애인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현재 어떤 방식으로 수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대중이 주목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말레이시아 수어(BIM)와 청각장애인의 교육: 언어 접근성과 평등을 향한 여정


2. 과거의 교육 방식과 수어의 배제

말레이시아에서 청각장애인 교육은 195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지만, 당시에는 BIM이 인정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교육이 구화법(oralism) 중심이었다.

✅ (1) 구화 중심의 교육

  • 구화법이란 말 그대로 “입으로 말하게 만드는 교육”
  • 수어는 ‘비정상적인 의사소통’으로 여겨졌고, 사용이 금지되거나 억제되었음
  •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입 모양을 보고 말하도록 훈련시켰지만, 언어 습득의 본질을 간과함

✅ (2) 수어의 부정과 그 영향

  • 수어 금지는 언어 발달 지연, 교육 성취도 저하, 정체성 혼란을 초래
  • 대부분의 청각장애 학생이 초등학교 졸업도 어려웠고, 사회적 고립이 심화됨
  • 청각장애인은 ‘배움의 권리’를 빼앗긴 채, 노동력으로만 여겨지는 경우도 많았음

3. BIM의 공식 인정과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

1990년대 이후, 청각장애인 인권에 대한 국제적 흐름과 함께 말레이시아에서도 BIM을 언어로 인정하는 움직임이 본격화되었다.

✅ (1) BIM의 공식 인정

  • 2008년, 말레이시아 교육부는 BIM을 청각장애 학생의 제1언어로 인정
  • 이는 교육 역사에서 큰 전환점이었고, 이후 수어 기반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기 시작함

✅ (2) 이중언어 접근법(Bilingual Approach)의 도입

  • BIM(수어) + 말레이어(문자언어)의 이중언어 모델 채택
  • BIM은 학생들의 ‘모국어’, 말레이어는 제2언어로 가르침
  • 이는 언어발달, 사고력, 학업 성취도 향상에 긍정적인 효과

✅ (3) 수어 통역사의 학교 배치

  • 일부 학교에서는 BIM 통역사가 수업에 함께 참여하여 실시간 통역을 제공
  • 교사와 학생 사이의 언어 장벽을 줄이고, 수업의 질적 향상에 기여함

4. 현재 말레이시아에서의 BIM 기반 교육

오늘날 말레이시아에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특히 BIM 기반 교육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 (1) 청각장애 특수학교(Sekolah Pendidikan Khas)

  • 말레이시아 전역에 청각장애 특수학교가 운영되고 있음
  • 대부분 BIM 기반 교육을 실시하며, 교사들도 BIM을 일정 수준 이상 숙련해야 함
  • 학생들은 BIM으로 수업을 이해하고, 말레이어로 읽고 쓰는 훈련을 병행함

✅ (2) 통합 교육 프로그램(Program Pendidikan Inklusif)

  • 일반학교에서 청각장애 학생과 청인 학생이 함께 수업을 받는 프로그램
  • 이 경우 BIM 통역사의 존재가 매우 중요함
  • 포용성과 다양성을 강화하는 교육 방향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음

✅ (3) 유치원부터 성인 교육까지

  • 유아기부터 BIM 노출이 가능하도록 수어 유치원 도입 논의 중
  • 성인을 위한 수어 문해력 향상 과정, 직업 훈련 프로그램 등도 확대되고 있음

5. 수어를 통한 언어 발달과 사고력 향상

수어를 모국어로 배우는 것은 단순한 소통 능력을 넘어서, 인지 발달과 학업 능력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 (1) 언어 습득 시기의 중요성

  • 언어는 생후 5세 이전에 습득되어야 뇌 발달에 가장 효과적
  • 이 시기에 BIM을 충분히 접한 아동은, 개념 형성, 문제 해결 능력, 사회성 등에서 유리함

✅ (2) 언어 기반 학습의 가능성 확대

  • BIM으로 개념을 먼저 익힌 후, 말레이어 읽기·쓰기 교육이 훨씬 효과적
  • 반대로 음성언어 중심 교육에서는 학습 이해도가 낮아 좌절감이 높았음

✅ (3) 자존감과 정체성 형성

  • BIM은 단순한 수단이 아니라 청각장애인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탱하는 핵심 언어
  • 이를 존중받으며 배우는 아이들은 높은 자존감과 사회적 소속감을 갖게 됨

6. 과제와 전망

아직도 말레이시아의 BIM 기반 교육은 개선할 점이 많다.

✅ (1) 수어 교사와 통역사의 부족

  • BIM을 유창하게 사용하는 교사와 통역사가 절대적으로 부족
  • 지속적인 교사 훈련과 자격 제도 정비가 필요함

✅ (2) 교육 자료와 커리큘럼의 다양성 부족

  • BIM 기반 교재, 디지털 콘텐츠, 비주얼 중심 학습 도구가 더 많이 개발되어야 함
  • STEM 과목(과학, 수학 등)에 적합한 수어 교육 콘텐츠가 아직 부족한 실정

✅ (3) 제도와 예산 지원의 확대 필요

  • 정부의 예산과 정책적 지원이 불균형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음
  • BIM을 제1언어로 존중하는 장기적 교육 정책이 필요함

7. 결론 – 언어가 열쇠다

말레이시아의 청각장애인 교육은 BIM의 공식 인정 이후 커다란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진정한 언어 평등은 아직 도달하지 못한 목표다.

수어는 단순한 손의 움직임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열 수 있는 ‘열쇠’다.
교육은 그 열쇠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

말레이시아가 BIM을 기반으로 모든 아이에게 ‘배움의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대중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