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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수어

말레이시아의 수어 공동체 탐방기 – 손으로 이어지는 문화와 연대의 이야기

by wake10 2025. 4. 12.

1. 들어가며 – BIM, 단지 손짓이 아닌 삶의 언어

말레이시아 수어(Bahasa Isyarat Malaysia, BIM)는 단순한 의사소통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말레이시아의 수어 사용자들이 삶을 영위하고 정체성을 표현하며,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핵심 언어이자 문화입니다. 말레이시아 전역에는 BIM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수어 공동체가 존재하며, 이들은 서로 다른 배경 속에서도 언어와 연대를 공유합니다.

이 글에서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사바까지, 다양한 지역의 말레이시아 수어 공동체를 탐방하고 그들이 BIM을 통해 어떻게 문화적 자립과 사회적 연결을 실현하고 있는지를 조명합니다.


2. 수어 공동체란 무엇인가?

수어 공동체는 단순히 청각장애인들의 모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수어를 공통 언어로 사용하며, 문화와 정체성을 함께 나누는 사회문화적 생태계입니다.

  • 언어의 공유: BIM을 일상언어로 사용하며, 그 표현과 문법이 일상 속에 체화됨
  • 문화의 공유: 수어 시, 유머, 연극, 속담, 관용 표현 등을 통해 고유문화를 계승
  • 정체성의 형성: '장애인'이 아닌 '언어 사용자'로서의 자부심과 자기 긍정 형성

말레이시아의 수어 공동체는 대도시의 조직적인 네트워크부터 농촌 지역의 자생적 모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BIM을 중심으로 삶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수어 공동체 탐방기 – 손으로 이어지는 문화와 연대의 이야기


3. 주요 수어 공동체 탐방기

1) 쿠알라룸푸르 – DIB (Deaf in Business) Cafe

  • 위치: Bangsar South
  • 특징: 전 직원이 청각장애인, 말레이시아 수어 중심의 고객 서비스 운영
  • 의의:
    • 손님은 주문 시 간단한 수어 제스처를 배우고 사용
    • 수어 교실, 청각장애 문화 이벤트 개최로 외부와의 연결 확대
    • 장애 중심이 아닌 언어 중심의 서비스 공간으로서 기능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닌, 수어 사용자들이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교류를 동시에 실현하는 모델 공간입니다.

2) 페낭 – Deaf Empowerment Society of Penang (DESP)

  • 역할: 교육, 청년 리더십, 수어 문화 확산을 위한 NGO
  • 주요 프로그램:
    • BIM 리터러시 수업
    • 수어 시/연극 워크숍
    • 성공한 수어 사용자 초청 강연

DESP는 수어가 단순한 기능적 도구가 아니라 감정과 정체성을 담는 언어라는 점을 강조하며, 청년 수어 사용자들의 자존감 회복과 사회 참여를 이끄는 데 중점을 둡니다.

3) 사바 – 농촌 수어 공동체 'Rumah Isyarat'

  • 위치: Kota Marudu 인근
  • 특징: 여러 가정이 청각장애인을 포함, 자연스럽게 BIM을 마을 언어로 사용
  • 문화적 가치:
    • 비장애인 주민들도 BIM을 익히며 언어의 벽 없이 생활
    • 공식 교육 없이 자발적인 수어 전수 체계 존재
    • 수어가 '편리해서' 사용되는 가장 이상적인 언어환경 실현

이 마을은 언어적 다양성과 포용의 가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BIM이 사회의 중심 언어로 기능할 수 있음을 입증합니다.


4. 수어 공동체가 주는 의미

✅ 정체성 형성과 자기 긍정

  • 수어 사용자로서의 정체성 자각
  • 사회적 약자가 아닌 문화적 언어 사용자로서의 자부심 강화
  • 자조적 활동을 통한 자율적 삶의 구성

✅ 사회적 고립 완화와 정신적 안정

  • 같은 언어 사용자들 사이의 정서적 유대감 형성
  • 대화, 유머, 감정 공유를 통해 외로움과 소외감 해소

✅ 문화 창조와 언어 보존

  • 수어 유머, 시, 속담 등의 전승과 발전
  • 지역 BIM 방언 보존과 비공식 문서화 노력
  • BIM의 문화적 깊이를 후세에 전하는 매개체로 기능

✅ 교육, 고용, 사회 참여의 기반

  • 공동체 안에서의 수어 자연 습득
  • 자조 고용 모델 실현(DIB Cafe 등)
  • NGO 및 정책 네트워크를 통한 사회적 발언력 강화

✅ 사회 인식 전환 유도

  • '장애 극복'이 아닌 '언어 다양성'으로 바라보는 관점 전환
  • 수어는 모두가 배울 수 있는 공공언어라는 인식 확산
  • 비수어 사용자의 참여 확대와 공감 능력 향상

5. 수어 공동체를 방문한 이들의 인상 깊은 말들

비수어 사용자나 외부 방문자들은 수어 공동체를 방문한 뒤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후기를 남깁니다:

  • "소리가 없어도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공간이었다."
  • "손짓 하나로 공감하고 웃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 "언어는 말이 아니라 이해와 연결의 방식이라는 것을 배웠다."

이러한 경험은 많은 사람들에게 수어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는 계기가 되며, 이후 BIM 학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도 합니다.


6. 말레이시아 수어로 살아가는 삶 – 언어를 넘어 문화로

수어 공동체는 단지 BIM을 사용하는 모임이 아닙니다. 그것은 언어와 문화, 정체성과 경제활동, 교육과 감정이 모두 연결된 생태계입니다. 말레이시아 수어는 이 공간에서 말이 되고, 삶이 됩니다.

말레이시아 수어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이 공동체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손끝으로 건네는 인사, 눈빛으로 나누는 공감, 몸짓으로 표현되는 감정은 교실에서 배울 수 없는 깊이를 전해줍니다.

BIM은 오늘도 말레이시아의 수많은 공동체 속에서 숨 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언어로 연결되고, 문화로 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