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레이시아 수어

말레이시아 수어와 종교 – 이슬람 문화 속의 수어

1. 종교와 수어가 만나는 장면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이 국교인 다민족 국가로, 무슬림 인구가 절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종교적 환경에서 청각장애인 무슬림들이 신앙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말레이시아 수어(BIM)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매일의 기도(Solat), 금식(Ramadhan), 쿠르안 낭독(Quran Recitation), 이슬람 설교(Khutbah) 등 다양한 종교 활동 속에서 수어는 '신앙의 언어'로 기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청각장애인을 위한 설교 현장에는 BIM 통역사가 배치되어 설교자의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또한 일부 이슬람 예배당에서는 청각장애 신도들을 위한 수어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2. 실제 수어 표현 사례 – 신앙과 언어의 손끝 접점

말레이시아의 다문화·다종교 사회 안에서 이슬람은 국가 종교이자 다수 신앙으로서 중요한 문화적 기반을 이룬다. 청각장애 무슬림 역시 신앙생활을 지속하며 예배, 기도, 종교 교육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바로 BIM을 기반으로 한 이슬람 관련 수어 표현들이다.

이러한 표현들은 단순히 번역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이슬람 신학적 의미와 수어의 시각적·공간적 특성이 융합되어 탄생한 것들이다. 실제 예를 통해 그 다양성과 맥락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알라(Allah)

‘알라’는 이슬람 신을 지칭하는 가장 기본적 표현이다. 말레이시아 수어에서는 하늘 위를 손으로 가리키며 경건한 표정을 짓는 동작으로 표현된다. 이때 고개를 약간 숙이며 시선을 아래로 두는 존중의 자세가 함께 수반되기도 한다. 이 표현은 일반적인 ‘신(God)’과 구별되는 뉘앙스를 전달하며, 무슬림 수화 사용자들 사이에서 신성한 의미를 담는다.


▪︎ 기도(Doa)

기도를 의미하는 ‘Doa’는 양손을 가슴 앞에서 모아 들고, 하늘을 향해 펼치는 전통적인 무슬림의 기도 동작에서 유래했다. BIM에서는 이 동작을 그대로 사용하며, 표정은 진지하고 집중된 모습으로 연출된다. 특히, 조용한 기도(doa senyap)와 공동 기도(doa bersama)를 구분해 표현할 수 있는 문맥적 제스처도 함께 사용된다.


▪︎ 살람(Salam) / 평화의 인사

이슬람 문화에서 ‘Assalamualaikum’은 매우 중요한 인사말이며, 이는 BIM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오른손을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어깨 방향으로 가볍게 스치듯 넘기는 동작으로 표현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눈을 마주치는 방식으로 의미를 강화한다. 수어로 인사할 때 이 표현은 신앙적 환대와 존중의 의미를 담는다.


▪︎ 라마단(Ramadan)

라마단은 단식과 기도로 채워지는 이슬람력의 신성한 달이다. BIM에서는 일반적으로 입을 가리키는 손동작과 함께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는 손짓으로 표현되며, 배고픔과 인내를 나타내는 비언어적 표현이 함께 사용된다. 일부 표현에서는 양손을 아래로 모으며 차분한 태도를 나타내는 것도 포함된다.


▪︎ 단식(Puasa)

라마단과 연결되는 ‘단식’은 BIM에서 입 앞을 손으로 막는 제스처로 표현되며, 이는 음식 섭취 금지를 상징한다. 또한 손바닥을 가슴 가까이 모아 억제하는 느낌의 동작이 추가되면, 더욱 명확하게 금욕과 신앙적 인내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 자카트(Zakat)

자카트는 무슬림이 수행하는 자선의 의무다. 수어 표현은 한 손으로 물건을 내주는 듯한 동작과 함께, 받는 이쪽을 향한 방향성을 동반한다. 이 표현은 단순히 ‘돈 주기’가 아니라, 신앙에 따른 나눔이라는 개념을 포함하기 때문에, 동작의 의도성과 표정이 매우 중요하다.


▪︎ 예배(Solat)

하루 다섯 번의 기도인 ‘솔랏’은 수어에서 매우 상징적인 표현이다. 두 손을 귀 옆에 올리는 타크비르(기도 시작 동작)를 재현하며, 이마를 향해 숙이는 동작까지 표현에 포함될 수 있다. 이때 사용자의 몸 전체가 움직이는 수어 표현으로, 단어 하나 이상의 종교적 행위가 담긴다.


▪︎ 무슬림(Muslim)

BIM에서 ‘무슬림’은 일반적으로 기도 동작과 함께, 머리(히잡 착용 부위)를 가리키는 동작으로 표현된다. 특히 여성 무슬림을 지칭할 경우, 히잡을 암시하는 손짓을 덧붙이는 경우도 있다. 종교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어이기에, 상황과 청중에 따라 세심하게 사용되어야 한다.


▪︎ 쿠란(Al-Qur’an)

성경에 해당하는 쿠란은 수어에서 두 손으로 책을 펼치는 듯한 제스처로 표현되며, ‘신성한 책’이라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천천히, 조심스럽게 펼치는 모션을 사용한다. 때때로 손을 가슴에 모으며 존중의 태도를 더하기도 한다.


문화적 배경과 수어 표현의 상호작용

 

이와 같은 표현들은 단지 단어의 시각적 번역이 아니라, 이슬람의 신학적 개념과 신앙적 정서를 시각 언어로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다. 예를 들어, ‘기도’라는 단어는 한국어나 영어에서는 단어 하나로 표현되지만, 수어에서는 의도, 대상, 형식에 따라 다른 동작과 표정이 사용된다. 즉, 의미의 층위가 시각적으로 구조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수어 표현은 종교 행사, 모스크 내 설교 통역, 종교 교육 등 다양한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실제 BIM 통역사들은 이슬람 신학에 대한 일정 수준의 이해를 바탕으로 활동한다. 이는 단순 통역이 아닌 종교적 감수성을 수반한 언어 중재자의 역할을 뜻한다.


3. 문화적·사회적 의미

수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을 넘어 종교 공동체 내 포용성과 평등을 실현하는 도구가 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모든 무슬림은 신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 아래, 청각장애 무슬림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예로, 일부 모스크에서는 Jumaat(금요예배) 시간에 BIM 통역을 제공하며, 수어로 쿠르안을 해석해 주는 온라인 콘텐츠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또한 청각장애인 무슬림들은 공동체 안에서 자신들의 신앙을 BIM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이를 통해 자존감과 소속감을 더욱 깊게 느끼게 된다. 수어는 그들에게 신앙의 언어이자, 공동체의 끈이 되는 셈이다.

말레이시아 수어와 종교 – 이슬람 문화 속의 수어


4. 소통을 위한 팁 – 신앙과 수어의 경계에서 존중으로 다가가기

  • 이슬람 신앙을 가진 청각장애인과 BIM(말레이시아 수어)을 통해 소통할 때는, 단순한 언어적 이해를 넘어서 신앙적 예절, 종교적 민감성, 시각언어의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 아래는 실제 상황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소통 팁이다.
    ✅ 1. 시선과 태도는 '언어'만큼 중요하다
    • 기도, 경배, 종교적 인사와 같은 신성한 표현을 쓸 때는 조급한 몸짓이나 과장된 제스처는 피하는 것이 좋다.
    • BIM 사용자와 대화 시 눈을 피하거나 무표정하게 응대하는 것은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눈을 맞추고, 표정으로 공감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 2. 종교 관련 표현은 더 천천히, 더 정확하게
    • 표현을 할 때는 손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가 실려 있음을 인식하고, 서두르지 않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 가능하다면 수어 사용자에게 표현의 정확성을 직접 확인받거나, 모사 전에 “이 표현이 맞는지 물어봐도 될까요?”와 같은 접근이 좋다.

    ✅ 3. 성별에 따른 예절을 고려하자
    • 이성 간에는 물리적 접촉을 피하고, 너무 가까운 거리에서 손짓을 하거나 눈을 응시하는 것은 불편함을 줄 수 있다.
    • 무슬림 여성과 대화할 경우, 특히 히잡을 착용한 상대에게는 더 배려 깊은 거리와 시선이 필요하다.
    • 여성 수어 사용자와의 대화에서는 의미 없는 제스처를 피하고, 시각적으로만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4. 신성한 장소에서는 조용하고 정중하게
    • 종교 공간에서는 소리 없는 손짓과 조용한 몸짓으로 대화하는 것이 기본예절이다.
    • 비무슬림이라 하더라도 상대의 신앙적 공간과 분위기를 존중하는 몸짓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모스크 안에서는 웃으며 장난처럼 수어를 사용하는 건 피해야 한다.

    ✅ 5. 통역이나 수어 사용자는 '의미 전달자' 이상이다
    • 만약 당신이 BIM 사용자와의 소통을 도우려는 통역자 거나 봉사자라면, 해당 종교의 기본 개념(예: 자카트, 라마단, 우두 등)을 어느 정도 숙지하는 것이 권장된다.
    • 불확실한 종교 개념은 자의적 해석보다 사용자나 종교 지도자의 확인을 거치는 절차가 더 적절하다.

    ✅ 6. “모른다”는 태도가 더 깊은 존중이 될 수 있다
    • “이 표현이 맞는지 잘 모르겠어요. 알려주실 수 있나요?”
    • “저는 비무슬림인데, 그래도 이렇게 표현하는 게 괜찮을까요?”
    이런 식의 존중 어린 질문은 수어 사용자에게 관심과 배려로 받아들여지며, 더 열린 소통의 계기가 된다.
    ✅ 7. '신앙어'는 신중하게 사용할 것
    • 의미 없이 남발하거나 농담처럼 사용하는 것은 금물
    • 종교적인 수어 표현을 연습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진지하고 정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 특히 예배 중에는 수어로 대화하기보다 눈 맞춤과 최소한의 제스처로 신호를 주는 것이 바람직
  • ‘알라’, ‘무슬림’, ‘솔랏’ 등은 단순 명사가 아니라 신앙적 정체성과 관련된 단어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점을 유의해야 한다.
  • 수어와 종교 모두 오랜 시간 학습이 필요한 분야이므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배우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
  • 말레이시아에서는 종교 통역 현장에서 수어 통역사가 단순한 번역자 역할을 넘어서, 신학적 의미를 재해석해 전달하는 중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 모스크, 이슬람 행사장, 종교 교육 현장 등에서는 소통의 방식과 태도가 특히 중요하다.
  •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성별 간 예절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수어 소통 시에도 이 점은 마찬가지다.
  • 이슬람 관련 BIM 표현은 일상 수어보다 더 섬세한 감정과 의미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알라(Allah)’나 ‘솔랏(Solat, 예배)’을 표현할 때는 속도보다 정확성과 의도가 더 중요하다.
  • 수어는 시각적 언어이기 때문에, 상대방과의 눈 맞춤과 얼굴 표정이 대화의 핵심 요소다. 특히 종교적 맥락에서는 경건함, 존중, 배려가 표현의 일부로 작용한다.

정리하자면

말레이시아 수어를 통한 종교적 소통은 단순한 언어 접근을 넘어, 문화와 정체성, 신앙과 배려가 만나는 복합적인 영역이다. BIM 사용자와 이슬람 문화 속에서 소통할 때는 시각 언어에 대한 이해와 함께, 이슬람적 예절과 신성함을 존중하는 자세가 꼭 필요하다.

작은 손짓 하나에도 진심과 배려가 담긴다면, 그 자체로 깊은 신뢰와 존중이 만들어진다. 종교와 언어의 벽을 넘어 진정한 포용과 이해를 향한 첫걸음, 그것은 손끝에서 시작된다.


5. 마무리 이야기

이슬람은 모든 사람에게 신앙의 길을 열어두고 있으며, 수어는 그 문을 여는 중요한 열쇠다. 말레이시아 수어는 단지 소리를 대신하는 수단이 아니라, 신과 소통하고, 공동체와 연결되는 깊은 문화적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청각장애 무슬림들이 이슬람 신앙을 온전히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BIM은 그 자체로 하나의 종교적 실천이며, 포용적 사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신앙은 소리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손짓 하나, 눈빛 하나가 가장 깊은 기도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