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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수어

말레이시아 수어 이름 짓기

by wake10 2025. 4. 23.

1. 들어가며 – 수어 이름이란 무엇일까?

일상에서 사람을 부를 때 우리는 이름을 사용한다. 말레이시아 수어(BIM)에서도 ‘이름’은 중요한 소통 도구다. 하지만 음성 언어의 이름을 그대로 손으로 철자하지는 않는다. BIM에서는 각자의 특징이나 성격을 반영한 ‘수어 이름(Sign Name)’을 만들어 사용한다.

이 수어 이름은 단순한 약칭이나 줄임말이 아니라, 농인 사회 안에서 서로를 인식하고 소속감을 확인하는 중요한 상징이다. 이번 글에서는 수어 이름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수어 이름은 단어 하나로 요약되지 않지만, 농인 문화 속에서는 그 사람의 ‘존재’를 기억하고 소통하는 매우 실용적이고도 상징적인 표현이다.


2. 수어 이름의 유형 – 설명형과 상징형

BIM에서 수어 이름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 설명형(Descriptive): 개인의 외모, 행동 습관, 특징 등을 설명하는 형태. 예를 들어, 머리카락이 곱슬이면 손으로 머리를 가리키는 동작을 하거나, 안경을 항상 착용하는 사람은 안경을 가리키는 손짓을 이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설명형 이름은 그 사람을 처음 보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매우 직관적이다.
  • 상징형(Arbitrary): 손가락 철자(이니셜)를 활용하여 특정 부위나 동작으로 표현. 예를 들어, 이름의 첫 글자인 ‘S’를 오른쪽 어깨에 표시하는 형태처럼, 철자와 신체 부위를 결합하여 만드는 이름이다. 때로는 개인의 사연이나 특별한 사건에 기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설명형은 시각적 특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상대적으로 보편적이고, 상징형은 개인의 고유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더 깊은 의미를 담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처음에는 설명형으로 불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더 간결하고 고유한 상징형 이름으로 바뀌기도 한다. 또한,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상징형을, 일상적인 자리에서는 설명형을 사용할 수도 있다.

수어 이름의 유형은 단지 언어적 선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형성과 소통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3. 수어 이름은 누가 만들어줄까?

대부분의 경우, 수어 이름은 농인 커뮤니티 내의 구성원들에 의해 붙여진다. 자신이 직접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주변 사람들이 관찰하고 지어주는 경우가 더 자연스럽다. 이는 수어 이름이 단순히 발음의 대체가 아닌,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정체성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는 말레이시아 농인 사회에서도 강하게 나타나며, 수어 이름을 받는 순간은 일종의 ‘환영’이나 ‘인정’의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친구나 가족, 선생님이 지어주는 수어 이름은 단순한 호칭을 넘어서, 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4. 수어 이름 짓기의 실제 예시

말레이시아 농인 사회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수어 이름은 그 사람의 특징과 공동체 내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된다. 다음은 실제 활용되는 수어 이름의 예시들이다:

  • 파리샤(Parisha) – 항상 머리띠를 하고 다녀서, 머리띠를 가리키는 손동작으로 표현. 이 이름은 그녀의 외모적 특징을 통해 인식되며, 일상적인 모습에서 비롯된 설명형 이름이다. 어린 시절부터 같은 스타일을 유지해 온 그녀에게 이 이름은 '파리샤'라는 존재 자체를 상징하는 표현이 되었다.
  • 아미르(Amir) – 축구를 좋아해 공을 차는 동작으로 표현. 친구들이 그를 부를 때는 손으로 가볍게 공을 차는 모션을 취하며 그의 관심사를 수어로 나타낸다. 단순한 취미를 넘어, 공동체 안에서 그의 에너제틱한 성격을 반영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 리나(Lina) – 손가락 철자 ‘L’을 왼쪽 뺨에 대는 형태로 이름 이니셜을 표현. 이 방식은 간단하지만 고유하고, 농인 커뮤니티 안에서는 그녀를 직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게 한다. 리나는 처음에는 ‘긴 머리카락’을 의미하는 설명형 이름을 사용하다가, 시간이 지나며 상징형으로 전환한 사례다.
  • 자말(Jamal) – 수줍음이 많고 고개를 자주 숙이는 습관에서 착안해, 손을 턱 밑에서 아래로 내리는 동작으로 표현. 이 표현은 그의 행동 특성을 잘 반영하며, 친근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 수하나(Suhana) – 미소가 아름다운 성격을 가진 친구로, 손을 입가에 대고 환하게 웃는 표정을 지으며 이름을 표현. 이 이름은 그녀의 성격과 인상을 함께 담고 있어 매우 따뜻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이러한 이름들은 단지 외적인 특징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성격, 관계 속 역할, 커뮤니티 안에서의 상호작용까지 함께 담고 있다. 수어 이름은 그 자체로 개인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5.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 – 존중과 소속감

수어 이름은 단지 편의성을 위한 약속이 아니다. 그것은 농인 사회에서 그 사람을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소통하는 하나의 문화적 방식이다. 수어 이름을 부르는 것은 단순한 지칭이 아니라, “당신을 알고 있고,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또한, 수어 이름을 사용하는 방식에는 비언어적 예절도 포함된다. 너무 빠르게 지어 부르는 것보다, 관찰과 이해를 바탕으로 이름을 붙이는 것이 중요하며, 농인 커뮤니티의 전통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수어 이름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실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비수어 사용자가 이 문화를 배울 때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특히 어린 농아동들이 처음 수어 이름을 받을 때는 큰 감동과 자부심을 느끼며, 그 이름을 통해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는 소속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정서적 연결은 수어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삶의 일부로 작동한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6. 결론 – 손으로 새겨지는 이름, 관계로 불리는 정체성

말레이시아 수어에서 수어 이름은 ‘손으로 표현하는 이름’이자 ‘관계 속에서 형성된 정체성’이다. 수어 이름은 사람을 더 가까이 느끼게 해주고, 소통을 더 따뜻하게 만든다.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단지 ‘호칭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수어를 배우는 이들이라면, 자기 이름을 수어로 표현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당신만의 수어 이름을 지어준다면, 그것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관계와 공동체가 열리는 순간이 될 것이다. 말레이시아 수어는 손으로 말하지만, 그 손끝에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언어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수어 이름은 누군가의 특징이자, 관계의 시작이며, 문화의 일부다. 그것은 말없이도 사람을 불러내는, 따뜻한 손끝의 호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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