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변화하는 일터, 다양성을 향한 첫걸음
과거에는 청각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직종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의사소통의 장벽, 사회적 편견, 불완전한 제도적 지원이 그들을 노동시장에서 배제시키는 주요 원인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말레이시아 사회는 조금씩 변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 수어(Bahasa Isyarat Malaysia, BIM)의 확산은 청각장애인과 청인 간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이들의 고용 환경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청각장애인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단순한 배려가 아니라, 직장 내 다양성과 포용성(inclusion)의 중요한 실천이다. BIM은 그 중심에서 일터를 변화시키는 언어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2. 직장 내 BIM 활용 사례 – 소통이 열리는 순간들
✅ 사무직 업무에서의 BIM
은행, 콜센터, 행정기관 등 일부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는 청각장애인 직원이 일반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내부 메신저나 이메일을 통해 대부분의 업무를 처리하지만, 팀 회의나 고객 응대에서는 BIM 통역사의 지원이 함께 이뤄진다.
예를 들어, 쿠알라룸푸르에 위치한 한 지방 자치단체에서는 BIM 통역사를 고용하여 수어 사용자 직원이 정기 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통역사는 실시간 수어 중계를 제공하며, 동료들과의 소통을 돕는다. 이를 통해 해당 직원은 단순 보조 역할을 넘어 기획과 의견 제안 등의 핵심 업무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 제조업 현장의 활용
제조업체에서는 작업 지시와 안전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어 사용자 직원이 있는 경우, BIM 기반의 영상 매뉴얼과 시각적 안내 시스템이 도입되기도 한다. 조호르(Johor)의 한 전자부품 제조업체는 신입 직원 교육 시 BIM으로 제작된 안전교육 동영상을 제공하며, 작업 지시사항은 수어 동작과 함께 아이콘, 색상 등을 이용한 보완적 정보로 구성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청각장애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국적 인력이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 비수어 사용자들도 시각 자료를 통해 작업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 서비스업에서의 BIM 응용
호텔, 카페, 병원 등 고객 응대가 중요한 직종에서도 BIM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수어 사용자 환자를 위한 수어 영상안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카페에서는 청각장애인 바리스타가 BIM으로 주문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특히 'Silent Café'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몇몇 청각장애인 중심 카페에서는 메뉴판 옆에 BIM으로 인사말, 주문 방식, 커피 종류 등을 안내하는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은 청인 고객에게도 수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비장애인-장애인 사이의 장벽을 허문다.
3. 장애인 고용 기업의 움직임 — 청각장애인을 위한 실질적 변화들
말레이시아의 청각장애인 고용 확대는 단순한 채용을 넘어, 수어(BIM)를 활용한 실질적인 직장 내 소통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부 선도 기업들은 청각장애인 직원들이 직장에 안정적으로 적응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 교육 시스템과 BIM 소통 환경 구축
청각장애인 채용에 적극적인 기업들은 내부 직원 교육과 직무 훈련 프로그램에 BIM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KDU College' 산하 청년고용 프로그램에서는 청각장애 청년들을 대상으로 실무 역량 강화를 위한 직업 교육뿐만 아니라, 직장 내 BIM 소통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 BIM 사용법 기초 교육
- 실습 위주의 고객 응대 수어 표현 교육
- 직장 내 팀워크를 위한 BIM 워크숍 운영
이러한 교육 시스템은 청각장애인이 직장 동료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2) 정부 지원 제도의 활용 – 장애인 고용 장려금(SKIM INSENTIF PEKERJA ORANG KURANG UPAYA)
말레이시아 정부는 장애인 고용 활성화를 위해 '장애인 고용 장려금 제도(SKIM INSENTIF PEKERJA OKU)'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이 청각장애인을 채용할 경우, 다음과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 매월 일정 금액의 임금 보조금 지급
- 직장 내 수어 교육 지원비 제공
- 장애인 친화적 시설 설치 비용 지원
이러한 장려금 제도는 기업이 청각장애인 채용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핵심 정책 중 하나다.
3) BIM이 만들어내는 직장 문화의 변화
이처럼 기업의 노력과 정부 지원이 맞물리면서, BIM은 청각장애인의 직장 정착과 커리어 구축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사내 정기 BIM 교육 실시
- 청각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 간 소통 장벽 해소
- 일시적 고용이 아닌 장기적 고용 문화 확산
- 청각장애인 직원이 리더십 직무로 성장하는 사례 증가
결국 BIM은 직장에서 단순한 '배려'나 '편의'를 넘어,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언어'로 인식되고 있다.
4. 직장 내 수어 교육 – 양방향의 소통 만들기
의사소통은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비수어 사용자 직원을 대상으로 BIM 교육을 도입하고 있다.
- 주간 수어 교실 운영: 일부 기업은 점심시간 또는 퇴근 후 1시간 동안 BIM 초급 수업을 진행
- 온라인 BIM 튜토리얼 제공: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수어 인사말, 기본 표현 등을 배울 수 있는 영상 공유
- BIM 데이 행사 개최: 하루 동안 전 직원이 수어로 인사하기, 수어 퀴즈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관심 유도
이러한 활동을 통해, 수어 사용자와 비수어 사용자 간의 상호 이해가 깊어지고, 직장 내 소통의 질이 달라진다. 단순히 수어 표현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5. 마무리 – 일터 속 BIM, 진짜 포용이 시작되는 곳
말레이시아 수어는 단지 '장애인만 사용하는 언어'가 아니다. 그것은 직장 내에서 새로운 소통 방식이자, 다양성과 포용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BIM을 통해 청각장애인이 자신의 전문성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사회 전체의 책임이며, 동시에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다.
우리가 일터에서 수어 사용자를 마주친다면, 손을 뻗어 인사해 보자. 작은 손짓 하나가 누군가에겐 직장을 더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으로 바꿔줄 수 있다. BIM은 그런 변화를 만드는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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